교실이야기/에너지 원천

2020년 스승의 날

gongchemi 2020. 5. 17. 01:09

 

2015학년도 1학년 4반
2016학년도 3학년 9반
2017학년도 3학년 4반
2018학년도 3학년 7반
2019학년도 비담임.

 

중학교에서 4년 내리 담임을 맡아 오다가
작년 고등학교로 옮기며 비담임을 맡게 되었다.
4년 간 담임을 하며, 게다가 그 중 3년은 중3을 맡으며

반복되고 고단했던 고입 원서 작성에 지쳐있었던 나는

비담임에 행복해했다.
비담임의 마법은 수업 들어가는 모든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학급 담임과 담임 반 아이들이 주는 소속감은 없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들과 정을 내고 어울려지내며 행복하게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같은 업무, 비담임을 맡게 되었지만 내년에는 다시 담임을 하고 싶다.

힘들지만 분명 담임이 가져다주는 것들이 있다. 매일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이 조금은 그리워졌다.

 

지난 금요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등교 개학 연기로 인해 아이들에 대한 사랑앓이는 날로 심해지고 있었다.

그런 내 맘을 알았는지 2015학년도 제자들부터 작년 제자들까지 여기 저기서 연락이 왔다.

감동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눈물이 많은 편.)

 

 

 

인생을 살면서 괜히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기대는 금물이라지만,
아이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기대를 하지 않거나,
기대를 조금 했더라도 이내 ‘아이들이니까. 아직 애니까.’ 하고 무한한 이해심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다가 이렇게 훅! 들어와 감동을 주는 날에는 정말 눈물샘이 열일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라는 대학 선배의 말을 꽤 믿는 편이다.

해가 반복될수록 이 말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제자와 스승의 관계는 재미있다.
가족도 친구도 아니지만 일상을 공유하고 가끔은 일상에서의 생각을 나누며,

학교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더라도 여전히 그 끈은 공고히 이어져있다.
그 끈이 뭐길래. 아이들로 하여금 ‘스승의 날’, 내가 생각나게 만들었을까. 참 고마운 인연이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칠지 모를 제자들로 인해 벌써부터 긴장된다.
교사로서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살아야지. 한 때의 스승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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