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1-3반을 마지막으로 과학탐구실험 만족도 조사가 끝나는 날이었다.
오늘 야자감독이 나라고 좋아하는 3반 애들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7교시는 1-6반 수업이었는데,
올해 마지막 수업임을 아는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고 두 손을 흔들며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했다.
ㅅㅎ이는 내게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며 지팡이 모양 사탕을 건넸다.
그 아이의 마음을 받는 거 같아 "와 사탕이다!" 하이톤의 목소리가 절로 새어나왔다.

만족도 조사 결과를 프린트해서 형광펜을 긋는데
아이들의 따듯한 마음과 마음에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3명의 아이들과 과학실에서 모였는데
7개의 질문에 대한 아이들의 답변에 오히려 내가 더욱 감동했다.
한 학기동안 나름 의미있는 수업을 했구나..
그래도 나 자신 잘 해왔구나..
그리고 허술했던 순간도 분명 있었을텐데, 진심으로 임해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멘토링하는 과정에서 겨울방학 계획을 피드백 해주는데,
멋쩍어 새어나온 ㅎㅈ의 웃음에
이제야 우리 사이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장벽이 허물어지고
래포가 형성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야자 감독을 하고 있는데
ㅎㅈ가 와서는 초콜릿을 건네고
ㄱㄹ이가 수줍게 와서는 초록색 편지를 건넨다.
감독을 하며 아이들과 주고 받는 눈짓에 웃음이 스민다.

뺨을 아리게 만드는 추운 겨울밤이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이 무한한 온기를 만들어낸다.
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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