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기간 전에는 시험범위까지 다 나가고나면 아이들이 자습할 동안 짬이 난다. 그 짬에 간만에 책을 펴 들었다. 마음이 심란할 때 인터넷 서점에서 내 마음을 이끌었던 책. “혹시 이 세상이 손바닥만 한 스노볼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면 나의 머릿 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번민들도, 내 삶을 당장이라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것 같던 일들도 사실은 아주 작은 스노우볼 속 눈송이가 되어 흩날리다가 사라진다. 나를 괴롭히는 대부분의 고민이나 생각들은 알고 싶어도, 알려고 해도 절대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 또 내 멋대로 상상하고 판단해버리곤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확실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무형’의 무엇과 싸우고 있었다. 작가는 호주에 살고있다. 지금의 남편과 훌쩍 이민을 결정하고는 한국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