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교실 이야기/대학원 일상

unofficially last day

gongchemi 2024. 1. 31. 22:03


대구로 완전히 내려가는 날.
사실 방금 전까진 마음이 뒤숭숭할 겨를이 없었다.
짐이 무진장 많고 무거웠기 때문 ^^
버스 안에서 내가 일어날 때 할아버지 반응이 ㅋㅋㅋㅋ
진짜 자리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nyway
오늘 정말 많은 일들을 계획하고, 또 했는데
하나 틀어지니 도미노처럼 지각해버렸다.
그치만 해야될 것들은 모두 마쳤다.
호실점검까지 잘 마치고, 대구로 내려간다.

2024년 대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제 석사가 된 내 눈엔 어떤 것들이 보일까?
나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남편은 내가 온다고 퇴근하고 피곤할텐데 집 청소를 했고,
엄마는 이제야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다고 했다. ㅎㅎ

돌이켜보면 석사생활은
나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주어졌지만
어떤 방향으로 써야할지를 몰라 모래 속 바늘을 찾기 위해 금속 탐지기를 계속 돌리는 모양새였다.
내가 가장 자주 썼던 표현은 망망대해 위에 등대 없이 서 있는 느낌…
등대를 찾았던 찰나에는 또 다른 마음 고생이 있었다.
그런 부침들을 모두 이겨내고 나니,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었겠다.. 싶고, 뭐 그렇다.
(그래도 좀 실망스러운 부분은 있었다.. 비겁하ㄷ..)

2023년 학생 컨셉은 막을 내리고
이제 2024년 근로자로 돌아간다..!
석사하느라 집중하지 못했던 것들, 운동과 피부관리에 좀 더 신경써야지.

석사.. 즐거웠고 또 힘들고 더러웠다..!!
다신… 보지말자 라고 쓰기엔
너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많네 ^^

일찍 퇴근하던 날이면 기숙사로 가는 지름길에서 볼 수 있었던 석양
주말에 기숙사에 박혀 있을 때면 눈부시게 내리쬐는 햇빛
여름날 샤워를 하고 창문을 향해 모로 누우면 느껴지는 바람(내 최애)
기숙사 식당과 자하연 식당의 친절한 아주머니들
좀 더 달라고 말씀드리면 우쭈쭈 더 줄게~ 가 느껴지던 손짓과 얼굴 표정들
H쌤과 밥 먹으러 갈 때, 밥 먹고 돌아올 때 나누었던 담소
갓생 한 번 살아보려 두 달 넘게 했었던 미라클 모닝
그 후에 연구실에, 혹은 6층 전체에 1등으로 출근해서 마셨던 드립 커피
커피를 마시며 하루 일과 시작 전 둘러보던 블로그 글들(최애는 지젤넷 ㅇㅈㄱ선생님^^*)

쓰다보니 연구했던 순간은 한 순간도 없구나 ㅎㅎㅎㅎㅎ 하하하

치열하게 살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임하려고 노력했다.
학술지도 석사 나부랭이 주제에 2개나 썼다. (한 개는 아직 작업 중이지만)
석사 나부랭이가 학회가서 영어로 구두 발표도 하고, 또 우수 포스터 상도 받아봤다.

2/5일까지 내 학위논문 잘 마무리하고, 이만 절필하는 것으로..
그치만 나는 내가 인스타나 유튜브에 찌들려 사는 건 싫다.
건강하게 그리고 나답게 잘 살아나갈 수 있는 습관들을 길러나가고 싶다.
또 한 번 잘 살아내봐야지. 나의 2024년.
공석사로서 이번 해가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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