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즈음 학교로 공문이 왔다.
국립대구과학관에서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9월 25, 26일 이틀 간 천문 연수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전국에 있는 동기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9월 1일 선착순 신청일을 기다렸다.
그 사이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이 되고
걱정이 되었던 동기는 불참의사를 밝혀 잠시 고민했지만 혼자라도 가보기로 한다.
가보지 않으면 후회조차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테니까!
9월 25일 첫 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연수가 이어졌다.
첫 시간에는 국립대구과학관의 전반에 대한 내용을 안내해주셨는데,
국립대구과학관의 조직도나 운영 중인 프로그램 등에 대해 설명해주실 때
사실...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학교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니 적극 활용해달라는 취지였던 것 같다.
이후 본격적으로 망원경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 배우고
적도의식 망원경과 경위대식 망원경을 직접 조립하여 야외에서 천체를 관측했다.
눈으로 본 달도 아름답지만, 망원경으로 본 달은 지형의 고저와 분화구까지 선명하게 보여 정말이지 신기했다.
달의 주변에서 빛나고 있던 목성과 토성도 망원경을 통해 관측했는데,
목성은 양쪽으로 1개와 3개, 총 4개의 위성도 함께 보였고, 줄무늬까지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가장 잘 적용되는 학문이 천문학이라고! 관찰의 이론 의존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토성은 진짜 진짜로 앙증맞았고 고리가 너무나 예뻤다.
9월 26일, 토요일 아침. 진지하게 연수에 갈지 말지 고민했으나
니 성격상 안가도 신경쓰여 할 것이라는 엄마의 말에 적극 동조하고 집을 나섰다.
오전 시간은 태양계 천체 관측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한 연수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학교의 천체 망원경을 활용해서 학생들과 천체 관측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안내해주셨다.
하지만, 우리 학교엔 천체 망원경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겠다. 월요일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왠지 없을 것 같은데... 만약에 있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을까? 혼자서???
어쨌든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중학교에 근무하던 시절 가르쳤던 일주운동, 연주운동, 내행성의 최대이각, 외행성의 충... 등등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주셨고,
천체 관측을 위해서 스텔라리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과 관측 전 날씨를 체크하고, 준비해야 할 망원경의 장비와 조건들, 그리고 관측계획을 수립하는 방법에 대해 연수해주셨다.
이어서 태양관측용 필름을 이용해 태양을 관측했다. 지난 6월 21일에 있었던 부분 일식을 보기 위해 신라면 봉지를 뜯어서 활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큰 차이는 없었지만, 잘 간직해두었다가 다음 일식 때 유용하게 사용하리라 생각했다.
망원경으로는 투영판을 이용해 태양을 관측하였다. 투영판에 나타난 태양을 보고 흑점을 스케치하여 흑점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이 날은 흑점이 없어서 투영판에 나타난 마알간 태양만 관측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망원경으로 태양 빛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투영판에 손을 가까이 가져다 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투영판이 검은색이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라는 답변이 돌아왔는데, 들고 있던 검은색 종이를 가까이해서 태워보자! 는 선생님들의 합치된 호기심이 즐거웠다. ㅎㅎㅎ
다음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오신 박대영 박사님께서 천체 사진 촬영 기초 및 실습에 관한 강연을 해주셨다. 평소에도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 가장 기대한 연수였다. 그리고 그 기대는 다행히 실망으로 바뀌지 않았다!
‘천체 사진’은 우연히 찍은 사진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찍은 사진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이제껏 아무 목적 없이 길 가다 우연히 찍은 나의 하늘 사진들은... 모두 천체 사진은 아닌 것이다!
천체 사진은 크게 3가지, 고정 촬영, 가이드 촬영, 확대 촬영으로 나뉜다.
그리고 고정 촬영은 다시 점상 촬영과 일주 촬영으로 나뉜다.
밤에 찍는 천체 사진은 충분한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출 시간을 늘리는데, 점상 촬영 시 노출 시간을 너무 늘려버리면 그 사이 천체가 운동하므로 점으로 찍히지 않고 선으로 찍혀버리기 때문에 일명 ‘200 법칙’을 사용하여 초점 거리에 맞는 적당한 노출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또한 시그널을 늘이기 위해 노출 시간을 늘이면 노이즈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안되고, 그렇다고 노출 시간을 짧게하면 시그널도 너무 작기 때문에 노출 시간을 10~12초 정도로 하여 찍은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고 하셨다. 이렇게 하면 시그널은 증폭되고 노이즈는 매 사진마다 무선적이기 때문에 합치게 되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매우 신기했다.
이에 찍은 사진을 보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알려주셨다.
Registax는 촬영한 동영상을 합성해서 선명한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
Startrails는 여러 장의 사진을 연결해서 별의 운동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으로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
그리고 성단과 성운의 경우 한 장의 사진으로 포토샵의 Curve 기능을 이용해 사진에 담긴 정보들을 극대화한다고 하셨다.
Registax와 Startrails는 주신 샘플 사진들로 직접 실습해보았는데, 천체 사진들은 촬영 후 후보정 과정을 많이 거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과정이 매우 재미있고 신기했다!
점심을 먹고선, 연수의 주체이셨던 박사님께서 돈도 안되고, 살아가는 동안 직접적인 이득을 볼 수도 없는 천문학을 자신이 왜 연구하게 되었는지와 연관지어 천문학과 과학혁명에 대해 강연해주셨다.
코페르니쿠스부터 티코 브라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로 이어지는 천문학의 역사가 분절되어 있던 지식의 조각을 잇는 듯해 새롭게 들렸다.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지만, 지동설이 성립하기 위해 관찰되어야 했던 연주시차를 관측할 수 없었다.
티코 브라헤는 지금까지도 맨 눈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관측한 자료들 중 가장 정확한 자료를 남겼고,
이를 이용해 눈은 좋지 않았지만 수학적 능력이 탁월했던 케플러가 1, 2, 3법칙을 완성한다.
피사의 사탑 일화로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굴절 망원경을 발명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였다.
이어서 천체투영관으로 이동하여 권오철 작가님이 제작한 “코스모스 오딧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시청하였다.
돔 형태로 되어 있는 스크린을 보기 위해 상당한 각도로 눕혀져 있는 좌석이라 깜빡 잠이 들 뻔 했지만,
영상미가 아름다워 빠져들어 감상했다. 중성 미자의 움직임으로 블랙홀이 왜곡한 시공간을 증명했다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지구, 우주에 비하면 엄청나게 미미한 이 지구에서 한 순간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마지막 실습이 이어졌다. 망원경을 통해 사진 촬영하는 과정을 직접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적도의식 반사 망원경을 이용해서 직접 적경을 맞추고 달과 목성, 토성 그리고 백조자리의 색이 다른 두 눈인 알비레오를 관측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다.
보라색 머리를 하신 선생님께서 정~~~~~말 멀리 뻗어나가는 레이저를 이용해 밤하늘의 별자리를 하나 하나 짚어주셨다.
카시오페이아 자리, 북극성, 대삼각형, 직녀성, 견우성, 그 사이의 은하수, 백조자리, 대사각형, 안드로메다 자리들이 눈에 선했고,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연수를 함께한 선생님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옛날 과학자들은 어떻게 저 별이 다음날 그 별인줄 알고, 구분하여 기록을 해 둔 것일지 궁금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짚어주셔도 또 까먹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이번엔 꽤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과학자들의 엄청난 과제 집착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빡빡한 일정에, 늦게까지 이어지는 연수라 조금 힘들었지만 실습을 통해 본 천체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목성과 그의 위성들, 그리고 귀요미 토성은 카메라로 담지 못해 아쉽지만 기억 속에 오래토록 남을 것 같다. 어려웠지만... 지구과학 전공 선생님들께는 더욱 의미있을 연수였을 것 같고, 나에게도 꽤 재미있고 신기했던 연수였다. 끝! (내일 학교가서 천체 망원경 찾아봐야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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