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화학 공부

02. 상평형 그림의 해석과 적용

gongchemi 2020. 5. 14. 15:22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는 

지난 글, 증발과 끓음에 대한 내용과 연장선 상에 있다.

 

2020/05/05 - [교실이야기/화학 공부] - 01. 증발과 끓음에서의 증기압력

 

증발과 끓음에 대한 오개념을 바로 잡기 위해 읽은 대부분의 논문에서

증발을 상평형 그림에 나타낼 수 있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발과 더불어 언 빨래가 마르는 승화 현상도 쟁점 중 하나였다.

 

 

그러한 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상평형 그림에서의 압력의 의미

일상 생활에서 겪는 자연 현상에의 적용

 

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고자 한다.

 

 

상평형 그림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평형 그림에서 y축이 나타내는 '압력'이 무슨 압력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상평형 그림이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가장 안정한 물질의 상태를 나타내는 그림이므로

y축이 나타내는 압력이 외부압력, 즉 대기압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액체 상과 기체 상이 접하는 증기압력 곡선을 떠올리면

어랏? y축이 나타내는 압력이 증기압력인가? 하고 헷갈린다.

 

정답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평형 그림의 y축 '압력'은 외부압력과 증기압력, 두 가지 모두로 해석될 수 있어 이중적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물의 상평형 그림과 이에 대한 두 가지 상황을 가져와보자.

 

물의 상평형 그림 (출처_한화토탈 공식 블로그)

 

<상황1> 1기압, 25 ℃에서 물의 증발을 상평형 그림에 표시한다면?

상평형 그림에 따르면 1기압, 25 ℃에서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하고, 증기 압력 곡선 상에서만 액체와 기체가 공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증발을 통해 기체가 생성될터인데, 증발은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증발은 그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지난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과학적 현상을 설명하는 논의를 할 때에는 전제조건이 중요하다.

상평형 그림의 전제조건은 닫힌계, 그리고 1성분계이다.

우리가 설명하고자 하는 일상 생활에서의 증발은 열린계, 그리고 공기가 함께 있는 2성분계이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한다.

 

25 ℃ 밀폐된 용기에서 물만 존재하고, 이 때 물에 가해지는 압력이 1기압이라면 증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상평형 그림에서는 25 ℃, 1기압이 만나는 한 점으로 나타낼 수 있고, 액체 상태가 가장 안정하므로 상전이가 일어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닫힌계, 1성분계

 

하지만 열린계에서 공기가 함께 있다면, 물에 가해지는 압력은 1기압이지만, 이 1기압 안에는 수증기가 부분 압력을 나타내며 공존한다. 이 때 증발이 일어날지 말지는 수증기가 나타내는 부분 압력이 상평형 그림의 25 ℃에서의 증기 압력에 미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달려있다. 상평형 그림의 증기 압력 곡선은 포화 수증기압 곡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 중 수증기가 나타내는 부분 압력이 상평형 그림의 25 ℃에서의 증기 압력(포화 수증기압)보다 작으면 증발이 일어나고, 25 ℃에서의 증기 압력(포화 수증기압)에 도달하면 더 이상 증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엄밀하게는 상평형 그림은 1성분계만을 나타내므로 불가능하지만, 열린계에서 공기가 함께 있을 때 상평형 그림을 활용하여 증발을 표현한다면, 25 ℃, 1기압이 만나는 한 점으로 을, 25 ℃, 수증기의 부분 압력이 만나는 한 점으로 수증기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밝혔던 y축의 '압력'의 해석이 물에 대해서는 외부압력, 수증기에 대해서는 증기압력이 되므로 이중적이라 할 수 있겠다.

 

 

<상황2> 1기압, 영하 10 ℃에서 언 빨래가 마르는 현상, 즉 승화를 상평형 그림에 표시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