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화학 공부

01. 증발과 끓음에서의 증기압력

gongchemi 2020. 5. 5. 19:03

 

 

교실에서의 교사는 지식의 직간접적 전달자로서 학생들의 개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 교사가 오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수되어 향후 학습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한 번 형성된 개념은 그 이후의 학습에 의해서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 개념을 단순히 용어의 나열로만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피상적, 추상적 개념으로 형성되는지 깨달았고, 

따라서 입자적, 미시적 수준의 설명과 다양한 전제 조건에 대한 상황을 제시하여 인지적 갈등을 유발하고 비계를 설정하여 학습자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인지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발문과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역할과 숙명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올해 화학Ⅱ를 가르치게 되면서 교재연구를 하다가 증발과 끓음에서의 증기압력에 대한 심각한 오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특히 증발과 끓음은 실생활에서 쉽게 관찰 가능한 거시적 현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오개념이 발생하기 쉽다.

더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증발과 끓음에서 증기압력이 무엇으로 정의되느냐에 있다.

교과서에서는 증발에서의 증기압력을 밀폐된 용기, 즉 닫힌계에서 액체와 기체가 동적평형을 이루었을 때 기체가 나타내는 압력을 액체의 증기압력으로 정의한다.

바로 이어서 끓음을 외부압력과 증기압력이 같을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증발에서의 증기압력 정의를 그대로 끓음에 가지고 와서 끓음을 이해하려고 하니, '외부압력과 증기압력이 같아야 한다'는 피상적인 용어의 반복 뿐, 상황을 찬찬히 뜯어보면 혼란이 발생한다.

 

 

증발과 끓음. 두 가지는 구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제조건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닫힌계에서 증발이 일어날 때 동적평형상태에 도달한다. 이 때 증발에 의해 생성된 기체가 나타내는 압력이 증기압력이다.

반면, 끓음은 닫힌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밀폐된 용기에 물을 넣고 동적평형상태에 도달하도록 한 뒤 가열하면 증기압력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이에 외부압력은 기존에 들어 있던 공기의 압력과 증기압력의 합이므로 계속해서 증가한다. 따라서 외부압력(공기의 압력+증기압력)은 절대 증기압력과 같아질 수 없고, 그러므로 끓을 수 없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고, 교과서에서 서술하고 있는 끓음열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이 때 증기압력의 정의가 증발에서와는 다르다. 증발에서 정의한 증기압력은 닫힌계, 동적평형상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전제조건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증발에서의 증기압력을 끓음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려니 이제껏 끓음에서의 증기압력을 물 위에 공기를 밀어내고 수증기 분자들이 일정 수준 모여서 나타내는 압력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증기압력이 맞닿은 외부압력과 같아질 때 끓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정의해왔다. 놀랍게도 나를 포함한 많은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있었던) 오개념이다.

 

흔히 증발은 액체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기화 현상으로, 끓음은 액체 표면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까지 일어나는 기화 현상으로 설명하곤 한다. 내부에서까지 기화가 일어날 때, 보글보글 기포가 만들어질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끓음에서의 증기압력은 액체 속 기포 내의 압력이다. 외부압력이 액체 속 기포 내의 압력보다 크면 기포는 액체 내부에서 만들어졌다가 외부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찌그러지며 액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가열함에 따라 액체 속 기포 내의 압력이 점점 증가하여 외부압력과 같아지게 되면 기포는 찌그러지지 않고 존재하며 액체 위로 올라가 보글보글 기포를 만든다. 이 때 우리는 '끓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끓는점을 액체 속 기포 내의 압력, 즉 액체의 증기압력과 외부압력(보통은 대기압력)이 같아지는 온도로 정의한다.

출처: Basic 고교생을 위한 화학 용어사전

 

 

오개념을 바로 잡기 위해 교과서와 참고서, 인터넷, 유튜브를 모두 뒤졌으나 신뢰성 있고 납득할만한 정보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닫힌계 열린계에서의 상태변화와 상평형그림에 관한 교사의 인식조사'라는 석사학위논문을 찾게 되었고, 100페이지가 넘는 문서였지만 홀린 듯 읽어냈다.(오랜만에 너무 설레고 재미있었다. ㅎㅎ) 증발과 끓음에 대한 오개념과 그 오개념이 형성되는 원인, 그리고 상평형그림에 대한 논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Ausubel의 유의미학습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경우에는 학습자가 증발을 공부하며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증기압력에 대한 인지구조가 끓음을 학습할 때 오히려 오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제 조건에 대한 면밀한 탐구와 구체적 상황에 대한 비교가 교사의 비계로서 제시되어야 보다 유의미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더보기

하지만 아직 내게도 의문으로 남아 있는 것들이 아래와 같이 많다. 이 의문들을 차례로 해결해나가며 진정한 유의미 학습을 실천해야하겠다.

1. 밀폐된 용기, 공기 있을 때 가열해도 끓일 수 없는 이유 설명 시, 외부압(공기압+생성된 증기압)>기포 내 증기압인데, 이 때 생성된 증기압=기포 내 증기압? 

A1. 그렇다. 편의상 생성된 증기압을 물 밖 증기압, 기포 내 증기압을 물 속 증기압이라 하자. 물 밖 증기압과 물 속 증기압은 그 크기는 같지만, 표면에 있는 물 분자들은 물 속에 있는 분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분자 간 인력이 약해서 증발이 가능하여 물 밖으로 나가 물 밖 증기압을 형성한 것이고, 물 속에 있는 분자들은 물 속 기포 내 증기만 형성하여 물 속 증기압을 형성한다.

 

2. 찬물을 부으면 끓는 현상, 외부압(공기압+생성된 증기압)을 감소시켜줌으로써 끓음. 그렇다면 외부압=기포 내 증기압? 이 때는 생성된 증기압과 기포 내 증기압이 같지 않나? 온도에 의해 기체의 부피를 감소시켜줘서 압력이 낮아진거라서? 

A2. '찬 물로 더운 물 끓이기' 실험 참조. www.vo.la/CPiv

 

찬 물로 더운 물 끓이기

실험 제목 찬물로 더운물 끓이기 실험 목표 액체가 끓는 현상을 대기압과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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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을 붓기 전에는 물 밖 증기압과 물 속 증기압이 같지만, 물 속 증기압이 물 밖 증기압보다 조금이라도 커야 끓을 수 있다. 찬물을 부으면 물 밖 증기가 액화되면서 물 밖 증기압이 감소하여 물 속 증기압이 물 밖 증기압보다 커져 끓게된다. 찬물을 붓는 시점에서는 물 밖 증기압과 물 속 증기압을 따로 봐줘야 한다.

3. 포화 수증기압? 

 

4. 상평형 그림에서 증기압력곡선은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점점 더 가열해주는 게 아니라, 그 온도와 압력에서 액체가 나타내는 증기압력을 의미한다. 온도가 증가함에따라 증기압력이 증가하므로 외부압력이 커짐에따라 높은 온도에서의 끓음이 가능한 것.

 

4-1. 상평형 그림에서 증기압력 곡선 위 점들은 끓는점이 아니다? (O) p.35~36

A4-1. 상평형 그림에서 증기압력곡선은 그 온도에서의 닫힌계, 진공 상태에서 측정한 증기압력 값을 나타낸 것. 이 때 끓는지 안 끓는지는 외부압력과 비교해야한다. 마찬가지로 이 때 증발하는지 안 하는지는 그 온도에서의 포화수증기압과 비교해야한다.

 

4-2. 끓음은 비평형인가? p.38

닫힌계, 진공에서 처음에는 평형이 아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동적평형을 이룸.

열린계에서는 외부압이 일정하므로, 액체의 증기압이 외부압을 넘어서기만 하면 계속 가열한다고 했을 때 계속 증기압>외부압이므로 계속 끓음

A4-2. 그렇다. 끓어 나간 분자가 다시 똑같은 정도로 응축될 수 없으므로 끓음 속도(?)와 응축 속도가 같은 동적평형일 수 없다.

 

5. 열린계에서 외부압이 일정하다고 보는 이유는 생성된 증기압이 기존 대기 중 기체에 의한 압력에 비해 너무나 미미해서?

A5. 그렇다. 열린계이므로 무한히 넓은 공간으로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증기가 만들어지더라도 외부압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6. 외부압력이 1기압이면 수압을 더해도 1기압? 물기둥의 압력은 너무 미미해서? p.38

A6. 그렇다고 생각함. 물 기둥 약 10m가 1기압에 해당하므로 우리가 관찰가능한 물의 끓음 상황에서 물 기둥은 몇 cm이므로 수압은 무시 가능할 것.

 

7. 동결건조커피. 영하 10도, 얼음의 증기압력 이하로 낮추면 그 온도에서의 증기압력에 맞추기 위해 승화하나? p.41

A7.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상평형 그림에서 그 온도에서의 증기압력은 포화 수증기압이다. 진공 펌프를 이용해 공기+증기를 빼주면 증기압력이 포화 수증기압보다 

 

8. 상전이 vs 상태변화

 

9. 상평형 그림은 전부 닫힌계, 그 온도에서 증발에 의한 증기압력을 나타낸 거?

A9. 닫힌계가 맞다. 왜냐하면 화학2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상평형 그림은 1성분계이므로 열린계라면 2성분계 이상이 된다. 상평형 그림에서 증기압력 곡선은 닫힌계, 진공에서 측정한 증발에 의한 증기압력을 나타낸 것이다.

 

10. p.63 질문

 

11. p.64 질문

 

12. p.61 교사2, 1기압 25도에서 증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13. 밀폐된 용기, 동적평형에 도달하면 초기 압력보다 증가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