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19년 2학년 1반 아이들과 부산에 갔을 때
서점 한 켠에 마련된 신간 코너에서 짚이는 대로 골랐던 책들 중 하나였다.
(그 때 한창.. 힘들 때라 ‘걱정 마’라는 위로를 건네 받으며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골랐던 책이었다. ㅋㅋㅋㅋ)
1초부터... 1분... 1시간... 1년... 10년... 평생이라는 시간까지
다양한 시간의 길이와 주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 책이다.
각 시간에 걸맞는 작가의 인생 이야기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1초, 2초, 3초, 4초, 5초 등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서부터
10년, 20년, 30년, 50년, 75년 등 긴 호흡의 시간까지
‘시간’에 대해, 그리고 시간 속에 존재하는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2시간’이라는 주제로 ‘일탈의 2시간’을 다룬 챕터와
하루의 시작을 아침으로 볼 것인지, 저녁으로 볼 것인지,
또 일주일의 시작을 월요일로 볼 것인지, 일요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다룬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2시간
지친 일상에 잠깐의 휴식과 쉼을 줄 수 있는 ‘일탈의 2시간’.
작가는 이 2시간에 영화관을 가거나 독서를 하거나 가보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에 간다.
먹고 싶은 것들을 잔뜩 안고서 영화 상영관에 들어가는 작가를 떠올리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는 ‘혼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근무하는 학교 근처에 영화관이 있는데, 때때로 야자 감독이 있는 금요일 밤이면 홀로 영화관에 가서 심야 영화를 즐긴다.
영화를 보는 시간도 좋지만, 영화가 시작되기 전 광고가 흘러나올 때 들뜬 마음이 너무 좋다. 막 설레이는 기분!
일하고 난 뒤 나만의 혼영 타임은 확실히 활력을 가져다준다.
책을 읽는 것도 세상만사를 잊게 해주는 탈출구가 되어준다.
특히 소설은 더 그렇다. 그 때문에 머리 속이 복잡할 땐 소설을 찾는 편이다.
시작만 하고 끝맺지 못한 소설들이 한가득인데....
이럴 때 단편 소설을 읽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간결하고, 흡입력있게 끌어당겼다가 끝나버린다. ㅋㅋㅋㅋ
처음엔 이게 허무하다 느꼈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가보지 않은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것은 맛없을지도 모른다는,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지만
충분히 설레고 재미있는 일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인생의 동반자도 이걸 즐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식당과 카페를 고르는 안목과 센스를 가졌으면... 더 좋겠다! >.<
#하루
보통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해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퇴근하여 잠자리에 들면서 하루가 끝이 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대 중동 문화에서는 밤이 하루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저녁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난 뒤,
피곤해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에너지를 가득 채우기 위해 잠을 잔다는 것이다!
하루의 시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낮 시간의 노동을 적극적으로 여기고 밤 시간의 휴식을 수동적으로 여길수도,
밤 시간의 휴식을 적극적으로 여기고 낮 시간의 노동을 수동적으로 여길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일주일의 시작을 월요일로 보느냐, 일요일로 보느냐에 따라
일주일을 일로 시작할수도, 휴식과 채움으로 시작할수도 있는 것이다.
역시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 #30일-작가는 이 기간에 책을 쓰기로 마음 먹고 실행에 옮겨 진짜로 한 권의 책을 써냈고 ‘작가의 글은 사실 평생 동안 쓴 것이다.’라며 그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책을 ‘쓰는’ 행위는 30일간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자원과 소재는 작가의 평생의 삶에서 나온 것이기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이 만들어 지는 시간, #67일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존재 자체만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와 존엄성을 가졌다는 것을 일깨워준, #열 달
2061년 7월, 내가 71살일 때 다시 찾아올 핼리 혜성의 주기, #75년
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덤으로 중간 중간 필연적으로 작가 본인의 삶의 이야기들을 엿듣게 되었고,
‘아이작 유’씨의 삶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시간에 대한 생각을 일깨울 수 있는,
올해 스물이라는 엄청나게 아름답고 찬란한 인생의 시기를 맞는 우리 제자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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