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2일, IBO로부터 메일을 한 통 받게 되었다.
2021.2.27~3.1일까지 2박 3일간 열리는 DP-Category 1-Chemistry Virtual Workshop에 ‘language support’로 초대하고 싶다는 것!
제일 먼저 든 생각 3가지.
1. Language support가 뭐지? 워크샵 할 때 S선생님처럼 통역해주는 역할인가?
2. 2월 말.. 시간은 조금 있네. 3월 1일?! 하...
3. 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일 거 같은데..?
3번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 후로 약 한 달간 워크샵 리더인 M선생님과, IB의 다른 워크샵 리더 선생님들, 그리고 한국의 language support 선생님들과 몇 번의 화상미팅을 가졌다.
워크샵 일주일 전에는 부랴부랴 M선생님이 공유해준 구글 드라이브 자료를 모두 검토해보려 노력해보고.. 한국어로 진행된다고 여기고 이 워크샵을 신청하셨을 4명의 한국 선생님들을 떠올리며 나름의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얼떨떨한 상태로 워크샵은 시작되었다..!
워크샵 리더에게도, 나에게도 처음 있는 상황이었기에 처음엔 조율하고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워크샵 리더는 내가 통역을 해주되, 말보다는 채팅창으로 소통하길 원했다. 내가 자꾸 말로 소통하게 되면 워크샵 시간이 너~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워크샵 리더가 말하는 것을 번역하여 채팅창에 전송했는데, 이게 영어가 잘 들릴 때는 활발하게 지원이 가능했지만, 오후 즈음 되자 영어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참가자 선생님들께 온전히 맡기고 대신 질문이 있을 때 영어로 대신 질문을 전달하고, 그 답변을 다시 한국말로 전달했다.
첫째날 고비를 넘기자 둘째날은 한결 나았다. 하지만 나에게도 영어는 어려운 의사소통 수단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전달하기란 불가능했고,
그저 선생님들의 활동이 조금이나마 부드럽고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서 무슨 활동인지 헤매고 계실 때 안내해드리고, 구글 문서를 바로 바로 찾아드리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했다.
또한 첫째날과 마찬가지로 선생님들의 질문을 영어로 전달하고, 그 답변을 다시 한국말로 전달했으며,
반대로 워크샵 리더가 선생님들의 활동 결과물을 보고 가진 의문이나 질문을 한국말로 전달하고, 그 답변을 다시 영어로 번역했다.
서로의 문화권, 나라에서 다른 점에 대해 신기해하고 감탄해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e.g. 우리나라 화학2 교과서에 실려있는 드라이 아이스를 이용한 이산화 탄소의 분자량을 구하는 실험을 워크샵 리더가 굉장히 신기해했다!)
셋째날,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만으로 너무 기뻤다. 게다가 내일이 개학이라 그저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첫째, 둘째날과 같이 나의 역할을 수행하고, 선생님들의 성찰을 끝으로 워크샵이 잘 마무리 되었다.
끝에 서로 수고 많으셨다, 고생 하셨다는 말을 나누며 자그마한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마지막에 선생님들께서 나눈 성찰이 같은 화학 교사로서 정말 인상적이었다.
1. 내부 평가에서 보고서를 평가하는 기준이 매우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보고서 평가를 할 때 주로 내용적인 측면에 치중하는데, 내부 평가 기준이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탐구를 지도해야 할지 기준이 되는 거 같다.
2. 수행평가나 과정중심평가를 할 때 학생들의 성실성에 초점을 맞춰서 웬만큼 열심히 했으면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었는데, 직접 IB평가를 경험해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점수보다 실제 점수가 매우 낮은 것을 보고 평가에 있어서 IB가 매우 엄격함을 느꼈다. 내용적인 측면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았다. 이제껏 학생들이 도전할 수 있는 과제를 주지 못한 것 같은데, 앞으로는 평가 부분에서 개선해나가고 싶다.
워크샵을 마치고 진이 빠져서 한숨 자고 일어났다.
우연한 기회로 IB 교육에 발을 들이게 되었지만, 내가 IB 교육을 좋아하고 또 추구하는 이유는 앞서 선생님들의 성찰에서도 말씀하셨듯 바로 “평가”에 있다.
거의 10년만에 고등학교라는 공간에 들어온 나는, 달라진 게 거의 없는 학교 상황을 보고 의아했다.
세상은 이렇게도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선생님이 되어 돌아왔는데, 학교는 그리고 수업은 그대로라니!
이유가 뭘까? 수능이라는 거대한 입시가 학교의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느껴졌다.
평가가 그대로인 이상, 변화가 일어날 동력이 없다.
IB의 평가는 정말 체계적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한다.
(커맨드 텀만 봐도 정말 정말 다양하고 세심하다. 서술형 평가 때 그리시오, 나타내시오, 서술하시오 이 3가지만 거의 쓰고 있는 나를 스스로 반성했다.)
워크샵 세션 중에 IB 평가를 실제로 연습해보는 과정이 있었는데, 사실 맨 to 맨으로 알려주지 않는 이상 완전 다 이해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워크샵에 참여했던 선생님들과 연구회를 꾸리는 것을 도모하였다.
나중에 만나서 marking 하는 거 꼭 같이 해보자고~
조금이나마 나의 IB Chemistry에 대한 배경지식이 녹아든 통역이 선생님들의 워크샵 참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후기를 마친다.
덧, 워크샵 리더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language support의 역할을 조금 더 명확히 알게 된 것 같다.
1. 말보단 채팅으로 소통하는 것이 워크샵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더 좋다.
2. 워크샵 참여자들로부터 들어오는 질문을 자꾸 내가 아는 지식으로 즉답하려 했었는데, 워크샵 리더는 혹여나! IB에 대한 잘못된 혹은 부적절한 정보를 알려주게 될까봐 굉장히 염려했다. (아마 IB 본부에서도 염려하는 부분인 거 같다.) 그래서 질문이 있으면 내가 알고있는 내용에 대한 질문이더라도, 질문을 그대로 워크샵 리더에게 “전달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3. 소회의실로 나누어졌을 때 support로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워크샵 참가자들에게 활동에 대한 안내를 했었다. 하지만 워크샵 리더는 그들이 활동에 대한 안내를 받았을 때 의문사항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정서상 몰라도 모른다고 잘 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들은 ‘adult’이고, 어떤 이유에서든 질문하지 않는 건 그들의 ‘responsibility’라고 했다. 아~ 그렇구나.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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