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이야기/day by day

0420 글의 조각

gongchemi 2021. 4. 20. 22:27

 

 

 

 

 

 

알랭 드 보통_불안_사랑결핍

 

#3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은 두 가지 커다란 사랑 이야기로 규정된다고 말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즉 성적인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고, 지도도 잘 그려져 있으며, 거기서 나오는 기발한 행동은 음악과 문학의 주재료를 이룬다. 이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기념된다. 두 번째 이야기, 즉 세상이 주는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보다 더 은밀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다. 입에 올린다 해도 비난하거나 조롱할 때만 그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랑은 질투심이 많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들의 관심사로 여긴다. 아니면 높은 지위의 추구는 경제적 의미로만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두 번째 사랑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만큼이나 강렬하며, 또 첫 번째 이야기만큼이나 복잡하고, 중요하고, 보편적이다. 그리고 이 사랑을 이루지 못할 때도 첫 번째 사랑을 이루지 못할 때만큼이나 고통스럽다. 여기에도 가슴 아픈 상처가 있으니, 그것은 세상이 이름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린 수많은 사람들의 체념에 젖은 멍한 표정이 증언하고 있다. 

 

 

 

 

알랭드 보통_불안_사랑의 중요성

 

#2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버린다.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도 환희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