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교직에 들어선지 6년차가 되었다.
올해로 서른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서인지는 몰라도
공부와 수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중학교에 있던 4년동안 가장 즐거웠던 교실 장면을 떠올려보면
자유학기제를 명분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예를 들면 음식으로 세포 모형 만들기, 라면 끓이며 대류 현상 관찰하기 등
배워야 할 내용은 조금만 곁들이고 아이들의 활동이 주가 되거나 아이들의 니즈가 많이 반영되었을 때,
그리고 유독 학구열이 높은 아이들을 만나 허를 찌르는 질문에 허덕이면서도
아이들이랑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던 때가 떠오른다.
그 이후의 2년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지식들을
왜 내가 앵무새처럼 교실에서 반복해야 하는지,
21세기에는 지식이 아닌 다른 것을 가르쳐야 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정작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는 몰라 혼란스러웠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했음에도
내가 학생 시절에 배운대로 가르치는 것이 좋고 쉽고 편해서,
그리고 시험을 대비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지식을 '재미있게' 전수하는 데 열심이였다.
나에게 교재 연구는 가르칠 내용에 대해 다시 익히고,
오개념이 없는지 점검하고,
어떤 자료로 지식 습득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제 유형을 풀어보는 것이었다.
우리네 지필평가와 수능의 유형이 바뀌지 않는 한
나의 교재 연구는 아이들에게 여전히 각광받겠지만
아이들이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파지할 수 있고,
지식을 발판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분별력을 기를 수 있으려면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Concept-based curriculum and instruction)이 필요하다.
작년에 화학1을 가르쳤던 아이들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얼마전 있었던 3월 학력평가를 통해
많은 내용을 까먹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가르쳤는데?!)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고,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라는 공자의 명언이 있다.
아마 1을 가르치기 위해 10을 공부하고, 각 반에서 몇 번을 반복하며
가장 많이 학습한 것은 교사 자신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를 소홀히 한 학생들의 탓인가?
개념기반 교육과정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개념적 이해를 위해
지식과 개념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수업을 잘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교사의 책임과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개념기반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서
과연 교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깨가 무겁다. ㅠㅠ)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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