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이야깃거리

03.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3) - 지식과 과정의 구조

gongchemi 2020. 5. 17. 17:18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했듯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서는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지식과 사실을 토대로 사고하고 비판하고 통합하는 등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사회에 나가기 전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학교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식과 사실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이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과 지식으로부터 개념과 일반화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구조적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Erickson의 지식의 구조이다.

 

지식의 구조_Erickson, ⓒ 1995

 

지식의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사실, 소재, 개념, 일반화, 원리, 이론이다.

이어지는 지식의 구조 구성 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생각하는 교실을 위한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책의 내용을 인용했다.

 

지식의 구조 구성 요소
  화학 과목에서의 예
   ① 소재(topics) 소재는 구체적인 인물, 장소, 상황 혹은 물건과 관련된 일련의 사실에 틀을 제공하며, 단원을 학습할 때 맥락을 제공한다. 소재는 전이되지 않으며 구체적인 사실적 사례들을 관련짓는다.  화학 반응식
   ② 사실(facts) 사실은 인물, 장소, 상황 혹은 물건의 구체적인 예이며, 원리와 일반화를 뒷받침한다. 사실은 전이되지 않으며 시간, 장소, 상황에 한정적이다. CaCO3(s) + 2HCl(aq)

CaCl2(aq) + H2O(l) + CO2(g)
   ③ 개념(concepts) 개념은 소재로부터 도출된 지적 구성체이다. 시간에 제한받지 않고, 한두 단어 혹은 짧은 구이며, 보편적이고 추상적이다. 개념은 전이될 수 있고 매크로 하거나 마이크로 할 수 있다. 기체발생반응
산의 반응
   ④ 일반화(generalizations) 일반화는 하나의 문장으로 두 개 이상의 개념 간 관계를 진술한 것이다. 시간에 제한받지 않고 여러 상황에 걸쳐서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시간에 한정되지 않고 추상적이다. '종종, ~할 수 있다, ~일 수 있다.'와 같은 한정어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모든 상황에서 진리가 아닌 경우이다. 산은 다른 물질과 반응하여
기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열린계에서 기체발생반응은
질량이 감소한다.
   ⑤ 원리(principles) 원리는 학문에서 기초를 이루는 "진리"로 간주된다. 원리는 문장에 '종종, ~할 수 있다, ~일 수 있다.'와 같은 한정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영속적인 이해, 핵심적인 이해, 빅 아이디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응 전후 전체 질량은 보존된다.
반응물과 생성물의 질량은 같다.
   ⑥ 이론(theories) 이론은 현상이나 실천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적인 아이디어의 집합 혹은 가정이다. 이론은 절대적인 사실들보다는 최선의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된다. 질량보존법칙

 

수업에 앞서 이러한 지식의 구조를 확립해야하는 이유는 

소재, 사실, 기능 그 자체를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들로 하여금 소재, 사실, 기능을 도구로 하여 개념, 일반화, 원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때, 교사가 개념, 일반화, 원리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거나 언급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학생들이 고차원적으로 사고하여 개념과 일반화를 이끌어내는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개념적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원의 소재나 사실만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념이나 일반화를 귀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소재, 사실과 기능을 종착점으로서가 아니라 학습 지원 도구로 사용하게 되면 학문적 기준과 가르침의 기준이 확실히 높아진다. 학생들은 여전히 사실과 기능을 배우지만 수업은 결국 학생들의 깊이 있는 개념적 이해를 계발시키는 데에 초점을 두게 될 것이다.

『생각하는 교실을 위한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2장 지식과 과정의 구조 中

 

우리 교사들은 흔히 수업 시간에 "진도를 나간다."라고 이야기한다.

이제껏 진도를 나간다고 할 때 단원 속 사실과 소재들만 나열했던 게 아닌가,

개념과 일반화, 원리들을 떠먹여줬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로부터 개념이나 원리를 끌어내려다가도

평가를 앞두고 시간이 없어서,

어차피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이 먼저 대답해버리니까 

등의 핑계로 그만둬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냉정해지자면 선행학습을 한 아이들은 스스로 개념과 일반화, 원리를 이끌어 낼 기회를 저버린 것이니

나는 공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에 집중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어쨌든 교실 속 아이들 누구에게라도 나의 수업이 도움이 되고 유의미하려면

안내해야 할 개념과 원리가 무엇인지 교사가 먼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지식의 구조가 그 길을 단단히 지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도 잘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많지만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보련다.  

학생이 어른이 되었을 때 옆에서 빅 아이디어를 말해 주는 사람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