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선생님의 비추천으로 읽게 된 책.
그래서인지 재미없고 뻔한 이야기일 것이란 선입견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아침 자습시간을 활용하여 틈틈이 읽었는데, 글이 정말 쉽게 읽히는 만큼 이야기의 전개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베스트셀러 상위에 계속해서 올라 있는 것을 보고,
이왕 읽은 거 끝까지 다 읽자는 생각으로 단숨에 남은 100여 페이지를 읽었다.
이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떠올리게 했다.
각 챕터별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지만 결국 앞서 나온 인물들과 다 연결되어 있는 구성이 비슷했다.
그리고 뭔가 “훈훈”한 이야기라는 점도.
이 때문에 뻔한 이야기들만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적 공감을 많이 불러 일으켰고, 종종 마음이 따듯해졌으며
책을 다 읽고 덮을 때는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알게되었다.
그냥 지나치치 못하고 반복해서 읽었던 몇 구절들이다.
p.190
한동안 민식은 잠든 엄마의 모습을,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조그마한 여인을 말없이 내러다보았다. 그러다 엄마를 들어 안방으로 향했다. 엄마의 몸은 가벼웠고 아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p.225
하루 24시간씩 일주일 아니, 언제나 한 가지 생각에만 빠져 있다면? 그 한 가지 생각이 고통으로 점철된 기억이라면? 고통에 흠뻑 잠긴 뇌는 점점 무거워지는데 떨쳐버리지 못한 채 그대로 망망대해에 빠지게 된다면, 뇌는 커다란 추가 되어 거대한 심연 속으로 당신을 끌고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당신은 다른 방식으로 숨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야 만다. 코도 입도 아가미도 어닌 걸으로 숨을 쉬며 사람이라고 우기지만 사람 아닌 존재로 살 뿐이다.
p.243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아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p.247
정 작가가 마스크 위로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자신의 비극을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알찬 기운이 느껴졌다. 그건 꿈을 품고 사는 사람이 가진 힘이 아닐까?
(중략)
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절대 지치지 않는 그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이냐고? 그녀가 말했다.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p.265
사장님이야말로 자신이 믿는 신을 닮은 사람인가 보다. 어떻게 내 마음을 미리 알고 살펴주는 걸까? 이 세계에서 신성을 얻은 자는 의느님이 아니다. 사장님같이 남에 대한 해아림이 있는 사람이 그러한 자일 것이다.
p.266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중략)
기차가 강을 건넜다. 눈물이 멈췄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점 두 가지는,
1. 이제는 슈퍼보다 익숙하고 우리 삶에 깊이 들어온 ‘편의점’이란 존재와
2. 코로나19가 반영된(특히 대구의 상황) 현 시대를 생생히 현실고증하여 그린 작품이란 것.
마스크, 코로나, 편의점…
그래서 더 많이 공감하고, 또 그 속에 녹아든 감정과 생각들을 깊이 담아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따듯한 책이었다!
코로나는 이제 문학 작품에도 등장할만한… 정말 지긋지긋한 놈이다.
좀 더 있으면 현실반영 드라마에서 배우들도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로 인해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함들을 연기, 아니 재현할 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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