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이야기 69

02. 인간수업(1)

TV 광고와 옥외 광고에서 인간수업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장근수 역으로 나왔던 배우의 얼굴이 익숙했다. 그리고 오늘 정말 오래간만에 넷플릭스에 접속해 1화를 보았다. 와... 웬걸 진짜 재밌다.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 작은 사고부터 치라'는 것까지 메모하는 모범생 주인공과 담임선생님의 상담 장면, 교사가 쓰는 급식체를 오히려 학생은 모르는 아이러니한 장면, 처음엔 로보트 목소리가 뭔가 싶었는데.. 와... 주인공이 저지르는 범죄의 영리함과 유기성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고, 짝사랑하게 된 여자애를 대하는 주인공의 연기가 참 좋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행하는 범죄에는 조금의 서스름이 없으면서도 짝사랑하는 여자 애에게 보내는 카톡 한 문장은 그렇게도 어..

01.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미모에 빠져 그가 나온 영화를 모조리 정복해버리겠다는 긴 여정의 시작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이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옛날에 TV 영화 채널에서 본 적이 있는 영화였지만, 워낙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처음 봤을 땐 능수능란한 거짓말과 임기응변, 여심을 홀리는 미모로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는 능력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엔 주인공 프랭크라는 한 개인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 초반부 프랭크와 프랭크의 엄마, 아빠가 춤을 추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나도 미소를 지었다. 프랭크는 아마 이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결국 부모님의 이혼에 이르게 되어 담당 변호사는 프랭크에게 엄마와..

03.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심너울 지음

예전부터 호흡이 긴 장편소설에 비해 무언가 시작될 듯하면 엥?! 하고 끝나버리는 단편소설은 읽기가 어려웠다. 이 책은 팬심으로 읽었던 '당신의 조각들'이라는 타블로의 단편소설 이후 내가 완독한 두번째 단편소설이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무료로 대여해주어 읽게된 첫번째 e-book이다. '현실의 경계 끝자락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는 것을 즐긴다.' 는 작가의 소개글에 걸맞게 단편집 속에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정적,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신화의 해방자가 제일 재미있었고 단편집 제목과 같은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가 가장 좋았다. 평일에는 영혼 없이 복지센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 ..

02.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슈테파니 슈탈 지음

적당한 거리를 둔다는 것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한 번 마음을 내어주고 내 울타리 안에 사람을 들이면 그토록 진심을 다하기 때문이다. 진심만 열심히 다하면 다행인데,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준 마음에 대한 상대의 마음을 바라고, 기대한만큼 되돌아오지 않으면 상처를 받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한 반복이 힘에 부쳐서 산지 꽤 오래된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다. 3일에 걸쳐 단숨에 읽어내버렸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고, 나 혼자만의 기대로 인한 상처를 덜 받고 싶은 내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게되었다.

01. 떨림과 울림/김상욱 지음

"선생님. 저 기말고사 끝나면 방학 전까지 책만 읽을거예요!" 방학이면 기숙학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이는 우리 학교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시험 이틀 전 내게 호기롭게 전한 말이다. 교사라는 것이 부끄럽도록 책을 멀리해오던 나는 그 아이의 말에 왠지 책 추천 같은 것에 사명감을 느끼고는 물리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수준의 좋은 책을 찾아나선다. 인터넷 검색과 동료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내가 선정한 책은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이었다. 목차의 엔트로피 파트는 화학교사의 책 추천에 명분을 더해주었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중략...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

Movietlist

이 곳은 Booketlist와 닮은 공간이다. 책 대신 영화라는 것이 그 차이다. Movietlist는 Bucketlist와 Movie를 합성한 그냥 내가 만든 단어이다. 죽기 전에 보고싶은 영화들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Movietlist 캐치 미 이프 유 캔 셔터 아일랜드 빅쇼트 소공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드나잇 파리 플로리다 프로젝트 허스토리 브이 포 벤데타 다빈치코드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마틸다 클로저 블랙스완 쎄븐 파수꾼 매드맥스 클루리스 더 랍스터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러빙빈센트 작은 아씨들

Booketlist

Booketlist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일컫는 Bucketlist와 책 Book의 합성어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참 싫어했다. 책보다는 TV를 좋아했다. 아니 거의 사랑했다. TV 시청이라는 자기 보상을 위해 공부를 할 정도였으니.. 그러다 내가 책을 가까이 하게되고 가까이 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작년에 만난 사람의 영향이다. 그는 초끈이론이니, 보손과 페르미온이니.. 나도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한껏 신난 얼굴로 질문을 해대는 미래의 기계공학과 교수를 꿈꾸는 제자이다. 제자의 질문에 조금 더 나은 대답을 하기 위해, 그리고 조금 더 재미있는 토론을 위해, 책을 펼쳐보기 시작했다. 책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주진 못하지만 인생의 깊이를 더해줄 순 있다. 아래 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