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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인간수업(1)

TV 광고와 옥외 광고에서 인간수업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태원 클라쓰에서 장근수 역으로 나왔던 배우의 얼굴이 익숙했다. 그리고 오늘 정말 오래간만에 넷플릭스에 접속해 1화를 보았다. 와... 웬걸 진짜 재밌다. '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 작은 사고부터 치라'는 것까지 메모하는 모범생 주인공과 담임선생님의 상담 장면, 교사가 쓰는 급식체를 오히려 학생은 모르는 아이러니한 장면, 처음엔 로보트 목소리가 뭔가 싶었는데.. 와... 주인공이 저지르는 범죄의 영리함과 유기성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고, 짝사랑하게 된 여자애를 대하는 주인공의 연기가 참 좋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행하는 범죄에는 조금의 서스름이 없으면서도 짝사랑하는 여자 애에게 보내는 카톡 한 문장은 그렇게도 어..

03.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3) - 지식과 과정의 구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잘 살아갈 수 있을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강조했듯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서는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지식과 사실을 토대로 사고하고 비판하고 통합하는 등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사회에 나가기 전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학교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식과 사실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이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과 지식으로부터 개념과 일반화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구조적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Erickson의 지식의 구조이다. 지식의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사실, 소재, 개념, 일반화, 원리, 이론이다. 이어지는 지식의 구조 구성 요소들에 대한 설명은 『생각하..

2020년 스승의 날

2015학년도 1학년 4반 2016학년도 3학년 9반 2017학년도 3학년 4반 2018학년도 3학년 7반 2019학년도 비담임. 중학교에서 4년 내리 담임을 맡아 오다가 작년 고등학교로 옮기며 비담임을 맡게 되었다. 4년 간 담임을 하며, 게다가 그 중 3년은 중3을 맡으며 반복되고 고단했던 고입 원서 작성에 지쳐있었던 나는 비담임에 행복해했다. 비담임의 마법은 수업 들어가는 모든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학급 담임과 담임 반 아이들이 주는 소속감은 없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아이들과 정을 내고 어울려지내며 행복하게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같은 업무, 비담임을 맡게 되었지만 내년에는 다시 담임을 하고 싶다. 힘들지만 분명 담임이 가져다주는 것들이 있다. 매일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는 ..

02. 상평형 그림의 해석과 적용

이번 글에서 다룰 주제는 지난 글, 증발과 끓음에 대한 내용과 연장선 상에 있다. 2020/05/05 - [교실이야기/화학 공부] - 01. 증발과 끓음에서의 증기압력 증발과 끓음에 대한 오개념을 바로 잡기 위해 읽은 대부분의 논문에서 증발을 상평형 그림에 나타낼 수 있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발과 더불어 언 빨래가 마르는 승화 현상도 쟁점 중 하나였다. 그러한 쟁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상평형 그림에서의 압력의 의미 일상 생활에서 겪는 자연 현상에의 적용 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고자 한다. 상평형 그림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평형 그림에서 y축이 나타내는 '압력'이 무슨 압력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하면 상평형 그림이 특정 온도와 압력에서 가장 ..

02.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2) - 생각하는 교실

글을 쓰기에 앞서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매주 목요일,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 줄여서 IB 교육을 학교에 도입하기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IB Diploma Programme 연구회를 함께하고 있다. 4월 말부터 시작된 연구회에서 『생각하는 교실을 위한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지난주 목요일에 1장 생각하는 교실, 2장 지식과 과정의 구조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0/05/06 - [교실이야기/이야깃거리] - 01.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1)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지난 글에 이어 오늘은 개념기반 교육과정을 수업에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연구회에서 나눈 이야기들과 나름대로 생각..

01.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미모에 빠져 그가 나온 영화를 모조리 정복해버리겠다는 긴 여정의 시작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이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옛날에 TV 영화 채널에서 본 적이 있는 영화였지만, 워낙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처음 봤을 땐 능수능란한 거짓말과 임기응변, 여심을 홀리는 미모로 위기 상황을 빠져나가는 능력에만 집중했다면 이번엔 주인공 프랭크라는 한 개인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 초반부 프랭크와 프랭크의 엄마, 아빠가 춤을 추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나도 미소를 지었다. 프랭크는 아마 이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결국 부모님의 이혼에 이르게 되어 담당 변호사는 프랭크에게 엄마와..

03.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심너울 지음

예전부터 호흡이 긴 장편소설에 비해 무언가 시작될 듯하면 엥?! 하고 끝나버리는 단편소설은 읽기가 어려웠다. 이 책은 팬심으로 읽었던 '당신의 조각들'이라는 타블로의 단편소설 이후 내가 완독한 두번째 단편소설이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무료로 대여해주어 읽게된 첫번째 e-book이다. '현실의 경계 끝자락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는 것을 즐긴다.' 는 작가의 소개글에 걸맞게 단편집 속에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정적,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신화의 해방자가 제일 재미있었고 단편집 제목과 같은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가 가장 좋았다. 평일에는 영혼 없이 복지센터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 ..

01.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1)

어느덧 교직에 들어선지 6년차가 되었다. 올해로 서른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어서인지는 몰라도 공부와 수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중학교에 있던 4년동안 가장 즐거웠던 교실 장면을 떠올려보면 자유학기제를 명분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예를 들면 음식으로 세포 모형 만들기, 라면 끓이며 대류 현상 관찰하기 등 배워야 할 내용은 조금만 곁들이고 아이들의 활동이 주가 되거나 아이들의 니즈가 많이 반영되었을 때, 그리고 유독 학구열이 높은 아이들을 만나 허를 찌르는 질문에 허덕이면서도 아이들이랑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던 때가 떠오른다. 그 이후의 2년은 인터넷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지식들을 왜 내가 앵무새처럼 교실에서 반복해야 하는지, 21세기에는 지식이 아닌 다른..

01. 증발과 끓음에서의 증기압력

교실에서의 교사는 지식의 직간접적 전달자로서 학생들의 개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 교사가 오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수되어 향후 학습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한 번 형성된 개념은 그 이후의 학습에 의해서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 개념을 단순히 용어의 나열로만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피상적, 추상적 개념으로 형성되는지 깨달았고, 따라서 입자적, 미시적 수준의 설명과 다양한 전제 조건에 대한 상황을 제시하여 인지적 갈등을 유발하고 비계를 설정하여 학습자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인지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발문과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역할과 숙명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올해 화학Ⅱ를 가르치게 되면서 교..